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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관련 자료실 게시판입니다.
    ‘사람과 고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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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람과 고기’는 세 노인의 우정을 통해 고령화 사회 한국의 현실을 짚는다. 영화사 도로시 제공


    “여러 번 웃었고 두 번 정도 눈물을 흘렸다.”

    최근 개봉한 한 영화에 대한 어느 중견 감독의 후기다. 예사롭지 않은 영화로 읽힌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영화인과 많은 영화 애호가의 ‘간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 난다. 이렇게 만장일치에 가깝게 호평을 받는 한국 영화가 최근 몇년 사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어떤 영화이기에.

    추석 연휴 막바지인 지난 7일 개봉했다.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지는 않는다. 유명 감독의 신작이 아니기도 하다. 개봉 전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무명 배우들만 나오는 영화는 아니다. 원로 배우 박근형과 장용, 예수정이 주인공이다.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얼굴은 알 만한 유명 배우다. 영화 제목은 ‘사람과 고기(감독 양종현)'다.

    중견 감독의 호평처럼 ‘사람과 고기’는 웃기면서도 슬프다. 웃음과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공짜’ 고기를 먹기 위해 의기투합한 세 노인의 우정을 통해 고령화 사회의 그늘을 들춘다. 재미있으면서 위트가 담겨 있고 메시지까지 갖췄다. 특히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은 올해 한국 영화 최고 중 하나라 해도 과하지 않다. ‘사람과 고기’는 완성도와 흥행성을 두루 지닌, 흔치 않은 영화다.

    하지만 ‘사람과 고기’를 극장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7~16일 ‘사람과 고기’의 상영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전국 극장들이 영화를 200회 상영할 때 ‘사람과 고기’는 단 1번 상영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보스’의 상영 점유율은 26%, ‘어쩔수가없다’는 16.5%였다. 두 영화의 상영 점유율이 42.5%나 된다.

    ‘사람과 고기’는 드물게 상영되는 데다 배정 시간이 불리하기도 하다. 오전 일찍 또는 밤 늦은 시간 상영되고는 한다. 평일에는 아예 보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16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은 고작 1만2,590명이다. 악조건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이로운 수치다.

    좋은 영화임에도 상영 횟수는 왜 극히 적은 걸까. 영화계에서는 노인 소재와 노장 배우들의 출연을 약점으로 꼽는다. 젊은 관객들이 흥행판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들이 돈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흥행에는 정답이 없다. 수작이라고 꼭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못 만든 영화라고 관객이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질 좋은 상품이 널리 유통돼 많은 이들이 즐겨야 건전한 시장이다. 극장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독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극장 관계자들은 종종 강조한다. “영화만 좋으면 언제든지 관객들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통념을 깨고 좋은 영화를 과감히 좋은 시간대에 많이 배치하지 않으면 헛된 바람에 불과하다.

    [한국일보] 라제기 영화전문기자